온라인에 치인 폰 판매점…"단통법 폐지 땐 '성지'만 남아" [정지은의 산업노트]

입력 2024-01-23 17:13   수정 2024-01-24 16:16

‘길 건너 또 휴대폰 판매점’이 늘어선 광경을 보는 게 힘들어질 전망이다. 최근 1년 사이 800곳 넘는 휴대폰 판매점이 문을 닫았다. 판매점 사이에선 ‘올해가 고비’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휴대폰 단말기 지원금의 상한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판매점도 ‘빈익빈 부익부’
23일 통신업계에선 올해 정부의 단통법 폐지 추진을 계기로 휴대폰 판매점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 휴대폰 판매점 수는 1만8815곳이다. 1년 전(1만9631곳)보다 약 4.2% 감소했다.

단통법 폐지를 바라보는 휴대폰 판매점의 표정은 크게 엇갈린다. 시내 중심가에 있거나 규모가 큰 판매점은 성장 기회라는 기대에 찬 반면, 외진 골목 등에 있는 소형 판매점은 착잡해하고 있다. 규모에 따라 영업 전략에 차이가 큰 게 주된 이유다.

통상 판매점이 스마트폰 한 대를 팔 때 통신사로부터 지급받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은 30만원 안팎이다. 이들은 판매장려금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추가지원금’ 성격으로 공제해주고 판매한다. 단통법엔 통신사가 지정한 공시지원금의 최대 15%를 추가지원금으로 지급할 수 있게 돼 있다.

예컨대 공시지원금 11만7000원에 해당하는 요금제로 갤럭시S24를 구매하면 판매점 추가지원금(1만7500원)을 더해 총 13만4500원을 할인해주는 식이다.

그동안 흔히 ‘성지’로 통하는 유령 판매점에선 판매장려금 마진 5만원 정도만 남기고 25만원을 불법 지원금으로 태워 판매해왔다. 스마트폰 한 대당 마진을 적게 보는 대신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많은 가입자가 꾸준히 몰리는 ‘성지’가 아닌 일반 소형 판매점에선 부담스러워한다. 사실상 마진을 적게 남기고 판매해야 하는데, 가입자 확보를 장담할 수 없어서다. 가입자가 적은 달엔 인건비, 운영비도 건지지 못하고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하는 처지다. 서울 중구의 한 판매업자는 “임차료가 비싼, 목 좋은 곳에 있지 않은 판매점엔 타격이 클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판매점 위주로 1~2년 내 폐업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짜폰 풀리는 ‘새벽스폿’ 부활
업계에선 휴대폰 유통망이 ‘대형화’와 ‘온라인 채널 활성화’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분석했다. 쿠팡, 11번가 등 대형 온라인쇼핑몰에서 자체 마케팅비를 투입해 추가보조금을 뿌리는 식의 판매가 빈번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새벽 시간대 30분간 ‘게릴라 파격 할인’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사라지는 식의 소위 ‘번개스폿’도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단통법 시행 전에 주로 유행하던 박리다매 방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명암은 있다. 정부 의도대로 판매점 간 경쟁이 촉진돼 스마트폰을 더 싸게 장만할 기회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정보 불균형·차별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판매점에선 지원금을 더 주는 조건으로 비싼 요금제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가 비싼 요금제에 가입할수록 판매점에 지급되는 판매장려금이 많아서다.

단통법 폐지 시점이 불투명한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단통법 폐지는 국회 입법 사항이다. 21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4월 총선 후 22대 국회로 논의가 넘어가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런 점을 감안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되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업계에선 단통법이 폐지되기까지 짧으면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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